[2018 교향악축제 리뷰] '의미 있는 연주', 제주교향악단
2018년 04월 24일 09시 44분 입력

[위드인뉴스 문자영]


제주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2018 교향악축제가 막바지에 이르는 가운데 제주교향악단이 의미 있는 연주를 선보이며 청중의 마음을 울렸다. 제주 4.3사건을 추모하는 빨간 동백꽃 배지를 달고 무대에 선 단원들은 정인혁의 지휘 아래 하나로 뭉쳤다. 저 남쪽 제주에서 차이코프스키와 말러를 들고 찾아온 이들의 연주는, 금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다.


2018 교향악축제 -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교향악단 (4.20)


굵직한 프로그램의 시작,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주교향악단이 준비한 음악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와 말러 ‘교향곡 5번’이다. 어떠한 서곡도 없이 본론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이 화려하게 연주회의 문을 열었다. 기교를 맘껏 내보일 수 있는 1악장 Allegro Moderato의 극적인 음악이, 바이올리니스트 양정윤에 의해 구현되었다.


양정윤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섰다. 지휘자 정인혁은 빨간 배지와 빨간 행커치프를 꽂고 단에 올랐다. 정인혁의 차이코프스키는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이 가볍고 수수하게 음악이 흘렀다. 양정윤의 바이올린은 열정이 가득했다. 기교적인 면이 돋보였다. 시원시원하게 활이 그어졌고 감정도 거기에 기대 표출되었다. 반면 비브라토가 음정을 흔들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후 눈에 띄는 실수가 나온 걸 보면, 긴장감이 몸에 조금 묻어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연주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양정윤의 기교는 놀라웠다.


성실한 연주, 말러의 교향곡 5번
제주교향악단의 말러 5번은 성실했다. 말러의 향기가 짙게 풍겼다. 트럼펫으로 시작해 웅장함으로 압도하는 1악장은, 절도는 살짝 부족했지만 부드럽게 음악이 연결되어 흘렀다. 1악장은 2악장과 거의 붙여서 연주되었다. 몰아치는 현의 향연과 잦아들며 관악과 합쳐지는 부분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다. 현의 일사불란함과 풍부함, 팀파니를 필두로 하는 타악까지, 2악장에서 말러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멋지게 표현되었다. 특히 큰북은 전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감싸며 묘한 느낌을 내주었다.



2악장이 끝나자 연주자도 관객도 한숨 돌리는 듯했다. 지휘자는 땀을 닦고, 관객은 참았던 기침을 하면서 참았던 박수를 쳤다. 3악장은 앞선 두 악장과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메인 선율을 담당한 호른 연주자는 일어나서 연주를 했다. 행복감이 표현된 악장이었다. 대형 캐스터네츠는 연주에 신선함을 넣었다. 살짝 집중이 흩어지며 산만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다시금 음악은 하나로 모아졌다.


역시 3악장이 끝난 후 박수가 나왔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약속이 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연주가 많다. 마음의 감흥이 박수로 표출되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냐만, 연주자와 관객 모두,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4악장은 하프와 함께 하는 현악의 향연이다. 관악은 배제된다. 하프의 깊은 소리와 다른 현악기들로 꽉 채워지는 악장이다. 4악장과 5악장이 붙어서 연주되었고, 그렇게 제주교향악단은 말러 5번을 완주했다.


진정한 앙코르, 의미 있는 연주
그리고 이어지는 앙코르는, 진정한 앙코르였다. 보통 앙코르곡으로, 당일 프로그램에 없는 새로운 음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 프로그램 연주의 감흥을 앙코르곡이 덮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인혁 지휘자는, 앙코르로 말러 5번 4악장을 다시 한 번 들려주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제주 4.3사건을 추모하는 의미로 모든 단원들이 빨간 동백꽃 배지를 달고 연주를 했으며, 그 마음을 담아 4악장을 다시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하는 정인혁 지휘자에게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10시 30분이 넘어 끝난 공연은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금요일 밤을 안겨주었다. 말 그대로 ‘불금’이었다.


프로그램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앙코르
크라이슬러, 레치타티보와 스케르초 카프리스


INTERMISSION


말러, 교향곡 제5번 c-sharp 단조
앙코르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공연정보
일시 : 2018년 4월 20일(금)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