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자녀 교육 길잡이] 아이의 행동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

[자녀 교육 길잡이] 아이의 행동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 오늘도 잔소리로 아이와 한바탕하셨나요?; 2017.11.03 21:08 입력

교육학 박사 채로미 withinnews@gmail.com

[위드인뉴스 채로미 교육학박사]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는 ‘잔소리의 여왕’이셨다.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냐?”로 시작해서 “방구석이 돼지우리지, 사람 사는 곳이냐?”, TV를 보면서 밥을 먹게 되면 “야~! 밥 먹어! 아예 TV 속으로 들어가라.”는 등의 끊임없는 잔소리로 동생들과 나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신기하지 않은가? 그토록 많은 잔소리를 들었건만 나와 내 동생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공부는 안 하고, 방은 너저분하고, TV를 보느라 밥은 먹는 둥 마는 둥하고 행동에 변화가 없으니, 엄마의 잔소리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097108699021.jpg"></td></tr></tbody></table> 행동을 바꾸기 위해선 환경을 이용하라.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어 왔다. 특히 아이들은 주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동연구센터 소장이자 유아 교육 박사인 리베카 이스벨(Rebecaa Isbell)과 그 동료 베티 엑셀비(Betty Exelby)는 환경은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게 되는지에 대한 좋은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한눈에 다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의 물건들을 진열하고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배치해 두면 아이들이 활동에 좀 더 잘 집중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하버드대 사회 심리학 박사 안티나 올즈(Antina Olds)는 많은 연구를 통해 방이 잘 정돈되어 있을 때, 아이들의 산만한 행동을 통제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보여 준 바 있다. 이처럼 환경이 어떠한가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잔소리로 아이들의 행동이 변화되길 기대하기보다는 환경에 변화를 줌으로서 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개선시킬 수 있다. 가령 TV를 틀어 놓고 밥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TV보지 말고 밥 먹어라.”라는 잔소리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두고서 고양이에게 먹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TV를 끄고 밥을 먹게 하던지, 아니면 아예 TV가 없는 곳에서 밥을 먹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아이들에게 건강식을 먹이기 원한다면 먼저 식탁의 조명부터 밝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디페얀 비스와스(Dipayan Biswas) 교수는 식당의 조명이 밝을수록 칼로리는 낮고, 건강에 좋은 야채나 생선구이와 같은 음식을 주문하여 먹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조명이 어두운 식당은 분위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손님들이 기름진 음식이나 디저트 위주의 음식을 더 많이 주문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주문한 음식의 칼로리 또한 조명이 밝은 곳에서 주문한 음식보다 39퍼센트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과자를 달고 사는 아이가 고민인가? 그러나 사실 많은 경우에 있어 부모 자신들도 과자를 좋아하여 집에 과자를 쟁여 놓고 사는 경우가 많다. 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 코넬대 음식·브랜드 연구소장은 음식을 적게 먹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부엌을 말끔하게 정리해 두는 데 있다고 말한다. 부엌이 너저분하면 44퍼센트나 간식을 더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음식물의 존재가 가장 큰 유혹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아예 간식거리를 사다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과자를 많이 먹어 고민이 된다면 집에 과자를 사 두지 말고, 과자 대신 과일을 사 놓는 것이 현명하다. 브라인언 완싱크 연구 팀은 이번엔 아이들의 공격성이 식기 사용과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틀 동안 6~10세 아동 1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는데 한 그룹은 옥수수나 닭 다리와 같은 통으로 된 음식을 제공해 손으로 들고 먹도록 하고, 다른 한 그룹의 아이들은 동일한 음식을 한입 크기로 잘라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해 먹게 했다. 그 다음 날은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반대로 음식을 제공했다. 이틀 동안 아이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녹화하여 공격성이나 소란스러운 행동, 순응성과 같은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맨손으로 음식을 먹게 될때, 식사 도구를 사용해 음식을 먹을 때보다 두 배나 더 공격적이고 산만한 행동을 보였으며, 어른들의 말에도 잘 순종하지 않는 것이 관찰되었다. 즉 어떤 환경 속에서 밥을 먹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이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다. 사실 많은 가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수저를 사용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흘리고 먹는 것이 싫어서, 혹은 시간이 충분치 않아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 음식을 떠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게 되면 아이가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는 대신 다른 것들에 시선을 빼앗겨 산만하게 된다. 또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엄마가 집어 주기까지를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는 자연스레 자기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게 된다. 완싱크 박사는“식탁에서 자녀들이 꼬마 악동이 아닌 작은 천사처럼 행동하길 바란다면 음식을 손으로 잡고 먹게 하는 대신 음식을 한입 크기로 잘라 포크나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식사 시간 때마다 산만한 아이가 고민이라면 먼저 손에 수저를 쥐여 주고 스스로 밥을 떠먹게 하자. 우리는 때때로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한다. 집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곧바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거실에 안락한 소파를 두고, 그 위에 누워 TV를 볼 수 있도록 정면에 TV를 둔다. 그런데 이런 안락함 속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것이다. 내가 그러고 있을 땐 괜찮은데 아이가 그러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불편해진다. TV 대신 책을 읽고 있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나는 TV를 보고 있으면서도 내 아이에게는 공부를 시키고 싶은 것이 부모의 욕심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욕심이자 마음일 뿐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기 위한 환경은 안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부모의 독서 습관이 아이의 독서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가정의 독서 분위기나 환경이 아이들의 독서 능력, 독서 습관 그리고 독서에 대한 흥미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부를 시키고 싶다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의 안락함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먼저 아이가 가장 많이 머무는 장소가 거실이라면 소파나 TV 대신 책꽂이와 공부 책상을 두어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들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자 집안에 학자가 많이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집에서 부모가 연구하거나 책 읽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따라 공부하고 책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먼저 부모가 행동으로 본을 보여 아이가 모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그리고 아이가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환경에도 신경을 써 주자. 그러면 지금의 잔소리를 반만 해도 아이들의 행동은 금세 변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