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리뷰] 노년에 이른 어르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리뷰] 노년에 이른 어르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2019.10.29 12:51 입력

[위드인뉴스 김영식] "은행을 털어서 감옥에 가려고요" 요양원에 사는 79세 메르타 할머니는 불만이다 . 식사 시간엔 반조리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려주고 산책은 어쩌다 한 번이다 . TV를 보니 교도소에서는 균형 잡힌 세 끼 식사에 매일 산책을 시켜주고 다양한 교양 수업도 들을 수 있단다 .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낫겠어" 할머니는 요양원 친구들과 5 인조 노인 강도단을 만들어 범행을 모의한다.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스웨덴의 여류 소설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70)의 작품으로 교도소의 죄수들보다 못한 처우로 대하는 요양원을 탈출한 노인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주요스토리로 진행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공연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관람석에는 대학로에 타 공연과 달리 연령대가 높은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 주셨다는 점이다. <table width="6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5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723211801508.jpg"></td></tr></tbody></table>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노인들의 외침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가면 검정색 작은 책상과 한대의 보행기가 무대 위에 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무대디자인이다. 공연이 시작하면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5명의 어르신이 무대 좌우에서 등장한다. 보행기 5대와 함께 등장하는 어르신들은 요양원 '눈꽃송이 합창단' 멤버들로 요양원에서 화음을 맞춰 노래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 그런 평범한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들이 죄수들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가 죄수보다 못한 생활을 하다니요" 작품은 그 뒤에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들의 욕체는 지금 늙었지만 그들 역시 유아기와 청년기를 지나 지금 노년에 이르렀다는 것과 지금 노년의 정체성에 대한 언급도 전하고 있다. 연극의 원작자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는 지난해 10월 내한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인구 1천만 명 중 60살 이상이 300만이에요. 이 소설은 노인 문제에 대한 정치적 선언이기도 한데, 정부 측에서 보고 '노인들 상황이 그렇게 나쁘냐'고 묻더군요. 내 대답은 '현실은 이것보다 더 나쁘다'였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table width="6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5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723212143262.jpg"><div id="news_caption">▲죄수복을 입은 강애심 배우(맨 우측)</div></td></tr></tbody></table> 캐스팅 자체가 주제인 배우들 영화 '써니'에 보면 10대를 표현하는 많은 배우들이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에도 등장하는 어른신 캐릭터는 각각의 캐릭터로 작품을 꾸며주고 있다. 무엇보다 '잔망미 뿜뿜'하는 강애심(스티나 역) 배우는 자연스러운 웃음 유발하며 작품 전체의 맛을 살려주고 있고 공연 중간 죄수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는 '세상에서 죄수복을 가장 잘 소화하는 할머니'일 지 모르는 맵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밖에 메르타 할머니 역의 김화영 배우와 고인배(갈퀴 역), 이영석(천재 역), 배상돈(천재 역), 이영숙(안나 역) 배우는 이 분들을 잘 모르는 관객들이 포털사이트에서 한번만 검색을 하면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한번은 본 것 같은 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번 캐스팅된 배우들은 '믿고봐도' 되는 분들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겠다. 물론, 배우들의 연령대가 높다보니 공연 중간 조금은 텐션이 떨어지는 부분도 생긴다. 하지만, 그런 것 자체가 이 공연이 자연스럽게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다. <table width="6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5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723212370903.jpg"></td></tr></tbody></table> 멋진배우들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 작품에 등장하는 5명의 노인들은 박물관에서 그림을 훔치고 현금이송차량을 털기도 하며 교도소에 들어가 또다른 범죄를 계획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은 너무도 차근차근하고 완벽하게 해낸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기자는 '이렇게 멋지게 일이 진행되다가 결말에 이 모든 것이 메르타 할머니의 꿈 속 이야기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럴 정도로 어르신들은 모든 것이 활기차고 그 진행은 거침없다. 나이가 많아서 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작품을 쓴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을 공연을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단순한 구조의 작품 이지만 자연스러운 웃음과 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자가 퇴장할 때 20대로 보이는 관객이 "농촌 드라마 같아"라고 말하면서 퇴장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아마 착하고 순한 작품이라 그런 표현을 했는지 모르겠다.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의 연출을 맡은 이우천은 "늙은다는 것은 쓸쓸하고 , 외롭고 , 아픈 것이다 . 그래서 우리는 늙어가는 것 에 방관하지 않을 사회적 책임이 있다 .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결국 늙기 때문이다 . 우리는 ,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이질문을 공연을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공연시간이 100분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 80분 짜리 공연이다. 길지 않은 공연시간에 멋진배우들이 선사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관객들이 충분히 느끼시길 바라겠다. 사진제공 : 아트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