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리뷰] 브람스의 한숨과 빛

[리뷰] 브람스의 한숨과 빛 <2017 대학오케스트라축제 - 서울대>: 2017.11.13 02:23 입력

<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5072118678.jpg"><div id="news_caption">▲임헌정과 SNU 심포니는 정공법으로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했다. (사진: 예술의전당)</div></td></tr></tbody></table><p></p><p><br></p><p>[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p><p><br></p><p>서울대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SNU 심포니)가 2017 대학오케스트라축제에서 브람스의 처음과 마지막 교향곡으로 무대를 채웠다. 브람스 특유의 쓸쓸함과 두터운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무대였다.</p><p><br></p><p><strong>광명을 향한 복선</strong><br>임헌정은 브람스의 교향곡 두 곡으로 무대를 채웠다. 이번 대학오케스트라축제 참가 오케스트라 중 유일하게 협연자 없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프로그램북을 보면 연주 순서가 <교향곡 1번> 후 인터미션을 가진 다음 <교향곡 4번>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연주에선 <교향곡 4번>을 먼저 연주했다. 연주회를 앞두고 순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작은 결정으로 보이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p><p><br></p><p><교향곡 4번>의 도입부는 이른바 ‘브람스의 한숨’으로 불리며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이 곡은 브람스가 베토벤에게 영감 받은 ‘어둠에서 광명으로’의 구조와 달리 깊은 어둠속에서 마무리된다. 반면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으로 불릴 만큼 어둠에서 광명에 이르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즉, <교향곡 4번>의 깊은 어둠 이후에 <교향곡 1번>의 광명으로 연주회의 피날레를 장식함으로 어둠에서 광명으로의 구조를 연주회 전체로 확대 시킨 것이다. 실제로 <교향곡 4번>의 마지막 울림이 <교향곡 1번>의 도부부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p><p><br></p><p>연주회 전체로 본다면 교향곡 4번 이후에 1번을 연주하는 구성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교향곡 1번>의 피날레가 <교향곡 4번>의 어둠과 대비를 이루며 밝게 빛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브람스가 브람스의 그늘에서 벗어난 <교향곡 4번>에서 자신만의 교향곡 형식을 완성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작품이 연주회를 관통하는 내러티브에 종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p><p><br></p><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5072923386.jpg"><div id="news_caption">▲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의 빠르기는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다.  </div></td></tr></tbody></table></p><p><br></p><p><strong>악보를 근거로 한 정확한 연주</strong><br>임헌정은 두 교향곡 모두 도입부에서 머뭇거림 없이 연주했다. 통념에 비해 빠르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악보를 살펴보면 두 교향곡 모두 1악장의 빠르기가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로 설정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소 빠르게 느껴지는 임헌정과 SNU 심포니의 연주가 실은 브람스의 의도였던 셈이다. 아울러 이런 해석과 연주는 최근 클래식 음악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p><p><br></p><p>이른바 거장의 시대엔 낭만주의 연주들로 가득했다.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다 1970년 즈음부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이 바로크 음악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선 낭만주의 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한다. 악보를 중심으로 정확한 템포는 역사주의 연주의 특징이다. 임헌정의 해석은 역사주의의 흐름과 상당한 유사점을 보인다. 급격하게 템포를 바꾸거나 독창적인 표현보단 악보에 근거해 작곡가의 의도를 드러내는데 집중한 것이다. </p><p><br></p><p><strong>두텁고 단단한 울림</strong><br>SNU 심포니는 전체적으로 두터운 음향과 긴장감 있는 흐름으로 빈틈없이 단단한 연주를 선보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머뭇거림 없이 연주가 치고 나가는 사이 자연스레 긴장감 넘치는 음향의 밀도가 한층 높아졌다. 임헌정은 현악기의 경우 활을 두텁게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다소 텁텁할 수도 있지만 두텁게 쌓아올린 브람스의 화성 안에서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아울러 템파니의 경우 두터운 말렛(mallet)으로 둔중한 음향을 구사하도록 했는데 무대 뒤 벽면의 반사음 때문에 객석 중앙에서 들었을 경우 울림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다. </p><p><br></p><p>이날 임헌정과 SNU 심포니는 정공법으로 브람스라는 거장의 음악을 연주했다. 다소 거친 면이 있었지만 그것은 브람스가 베토벤의 음악을 대했던 것과 같은 방법론으로 대학생다운 젊은 연주였다.</p><p><br></p><p><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5073612555.jpg"><div id="news_caption">▲SNU 심포니의 연주는 거칠지만 젊음이 깃들어 있었다. (사진: 예술의전당)</div></td></tr></tbody></table>  <br><strong>2017 대학오케스트라축제 - 서울대</strong><br>일시·장소: 11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br>지휘: 임헌정<br>연주: 서울대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p><p><br></p><p><strong>프로그램</strong><br>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op. 98<br>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 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