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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푸른 겨울 숲은 어떨까요?: 키 작은 식물, 노루발풀 사시사철 푸른 잎; 2015.01.28 10:30 입력

[위드인뉴스 박영욱]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은 대개 꽃이 크고 화려하거나 향기가 나고 모양이 예쁜 종류들입니다. 
 
그런 식물들은 꽃다발을 만들어 화병에 꽂아 장식하거나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가까이 두고 감상합니다. 그러나 눈에도 잘 띄지 않을 만큼 키도 작고 볼품없이 생긴 식물들은 관심은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2015년도의 새해 첫 자연 이야기에서는 이런 화려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키 작은 식물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돌고 눈까지 내린 어느 겨울날, 카메라를 둘러매고 집을 나서는데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쌓인 눈 사이로 녹색 빛을 띤 쑥이었습니다. 그런데 녹색을 띠고 있는 것은 쑥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달맞이꽃, 민들레, 쇠별꽃 등 많은 종류의 풀이 양지바른 곳에서 하얀 눈을 녹이며 모여 있었습니다.
 영하 10~20도씩 내려가는 중부지방의 땅바닥은 그저 모든 것이 얼어붙어 죽어 있는 듯 보이기 마련입니다. 꽁꽁 얼어붙어 식물의 성장이 멈춰 있고, 모든 것이 갈색으로 변해 버렸다고 생각되는 겨울이지만, 집 주위를 둘러보면 녹색을 띠는 식물이 의외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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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겨울 숲은 어떨까요? 
차디찬 숲에 푸른색의 살아 있는 식물이 있을까 싶지만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인 노루발풀입니다. 노루발풀은 나무라고 보기엔 너무 작고, 풀이라고 하기엔 몇 년을 삽니다. 잎은 거의 바닥에 붙어 있고, 꽃대가 올라와도 그 키가 20센티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노루발풀이 뿌리내리는 곳은 키 큰 나무가 자라는 숲 속입니다. 잎을 다 떨군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는 숲 속은 더 춥게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 숲 속, 가을이 되면 낙엽으로 덮이고 겨울이 되면 눈이 하얗게 쌓이는 땅바닥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갑니다. 노루발풀은 전국적으로 분포하여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깊은 산속뿐 아니라 마을 근처 얕은 야산에도 서식하기에 관심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야생화입니다.
 숲에 들어가면 항상 마주치는 풀임에도 볼 때마다 귀한 듯, 다른 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식물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처음 이 풀을 찾았을 때의 감동이 볼 때마다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눈이 소복이 내려 쌓인 어느 날, 뽀드득거리는 눈을 밟으며 숲 속을 지나는데 새하얀 눈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노루발풀의 잎사귀! 그때 본 노루발풀의 파란 잎은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파란 상록식물이라고는 사철나무,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흔히들 아는 몇 종류밖에 몰랐던 터라 겨울 숲 속에 푸른색을 띠고 무리 지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노루발풀은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록수를 꼽으라면 여하한 환경과 날씨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를 청송(靑松)이라 하여 나무 중의 나무라고 부르지만, 노루발풀은 그 푸르름에 뒤질세라 소나무의 그늘에서도 꿋꿋이 잘 살아갑니다.
 어두운 바닥에서 살지만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자기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이겨 내다가, 때가 되면 하얀색 작은 꽃을 조용히 피우는 노루발풀! 낙엽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항상 푸름을 간직하는 노루발풀은 드러내지 않는 아름다움과 한결같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새해 첫 달, 추운 겨울이지만 노루발풀을 찾아 겨울 숲 속을 거 닐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