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리뷰] 주인공을 체험하는 체험판 같은 뮤지컬

[리뷰] 주인공을 체험하는 체험판 같은 뮤지컬<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2017.11.03 09:53 입력

[위드인뉴스 김미주] '백석'과 '자야'가 되는 체험 한 번 해보실래요?  평소에 시를 읽는 사람을 보긴 쉽지 않다. 게다가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보는 건 더 쉽지 않다. 하지만 문학 중에도 쉽사리 다다가기 쉽지 않은 '시'가 음악을 만나고 배우를 통해 살아 숨 쉬어 짙은 감동과 뜨거운 눈물을 선물하는 공연이 있다.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이 공연은 실존 인물인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유명하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주인공 자야는 젊은 시절에 뜨겁게 사랑했던 시인 백석을 못 잊은 채 살아가는 여인이다. 나중에 노인이 된 그녀는 당대 3대 요정인 '대원각'의 주인이 되어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097111635766.jpg"><div id="news_caption">▲자야 역 배우 곽선영(우측)</div></td></tr></tbody></table> 그녀는 힘들게 모은 전 재산 천억을 시주하면서도 '천억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는 말로 백석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증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자야의 시선으로 노인이 된 그녀와 그녀의 가슴 속에 박혀있는 젊은 시절의 백석이 함께 현재와 가상을 오가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토록 그녀가 가슴 깊이 새겨가며 사랑했던 백석 시인의 이야기를 그의 시에 음악을 입혀가며 들려준다. '시'라서 더 감동적인 가사들 스토리는 슬픈 멜로드라마처럼 친숙하다. 동화책을 걸쳐가며 너무나 다양한 러브스토리를 접한 관객들에게 스토리만으로는 승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연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를 인용한 표현 방식이다. 이 작품은 대부분의 가사를 '시'를 인용했다. '시'라는 장르 특성상 굉장히 함축적이고 비유적이라 대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반 뮤지컬 가사에 비해 즉각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인용해 우회적이고, 꾹꾹 담아서 표현한 가사들을 선택함으로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되고 조금 더 깊숙이 그 장면에 들어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친숙한 사랑 이야기이기가 아니라 조금 더 특별하고 귀 기울이고 싶은 이야기로 바뀌는 것이다.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097112055274.jpg"><div id="news_caption">▲백석 역 배우 김경수, 자야 역 배우 정운선 (좌측부터)</div></td></tr></tbody></table>  그리고 깊숙이 이 감정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나(관객)'는 백석을 사랑하는 자야가 된다. 백석과의 짧은 만남의 시간을 평생처럼 간직하며 살아온 자야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깊이 있고 섬세한 가사가 필요했을 것이고, 거기에 충족할 만한 글은 자야가 사랑한 백석의 시 뿐 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공연을 보는 짧은 2시간여 동안 내가 자야가 되어 그 감정에 깊이 빠지다보면 끝내 자야처럼 눈물을 흐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러 번 본 관객일수록 그 깊이가 점점 더 깊어져 저 밑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복받치는 감정을 견딜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내 마음속에 저장!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야의 눈물은 내 눈물이 되는 경험을 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때 이 극의 킬링파트가 나온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가 나오는데 음악과 배우들의 대사와 모든 표정과 몸짓하나까지도 다 온 몸에 스며든다.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097112519029.jpg"></td></tr></tbody></table>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극중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장면은 완성도가 높고 너무나 강렬했다. 시 한편이 드라마가 되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 속 어딘가에 깊이 저장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자야가 '나처럼 천한 여성을 한 시인이 사랑해서, 한 줄 나타샤로 만들어준다면 기꺼이 그렇게 살겠다'고 했을까? 그 문장조차 너무나 이해되고 너무나 가슴에 남는 것이다. 어쩌면 자야에겐 그가 준 시 한 구절 때문에 평생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해가 잘 되고 와 닿으니 공연이 끝난 후 이 시를 다시 한 번 안 읽어 볼 수가 없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언어를 공부했으면 1등급은 문제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공연 매우 칭찬해! 이런 서정적이고 함축적인 가사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배치되었다면 이런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작곡가가 시에 대한 배려를 등한히 했다면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곡에 깊이 있는 연기가 더해지지 않았다면 관객들은 전혀 공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구성하는 제작진부터 표현하는 배우까지도 빠짐없이 완성도를 높여 보는 내내 감사하게 본 공연이었다. 소극장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공연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정말 관객으로써 기쁜 일이다.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097112831828.jpg"></td></tr></tbody></table>  마치 여성 관객은 자야가 되고, 드문드문 보이는 남성 관객은 백석이 되어 몸소 그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체험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이와 비슷한 시험적이고 완성도가 높으며 체험적인 공연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시가 노래가 되고, 그 노래가 내 마음에 닿아 가슴에 깊숙이 뿌리내려 눈물의 열매를 맺는 경험을 다시 한 번 더 하기 위해서라도 두루마리 휴지 1통을 들고 조만간 다시 극장으로 발을 옮겨야 할 것 같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내년 1월 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