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리뷰] 독보적인 매력을 갖춘, 완성도 높은 공연. 창극

[리뷰] 독보적인 매력을 갖춘, 완성도 높은 공연. 창극 <산불>: 믿고 보는 공연! 창극! 당신도 꼭 한 번 도전해 보세요.; 2017.11.09 09:48 입력

<p>[위드인뉴스 김미주]</p><p><p><strong><br></strong></p> 굳이 찾지 않으면 만나기 쉽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일까? 조금은 낯설지만 창으로 하는 오페라는 어떻게 다가올지 왠지 모르게 끌렸다. 더욱이 국립창극단이 준비한 무대니 걱정 없이 기대하는 마음으로 입장했다. <p></p><p><br></p><p> 객석에 앉자마자 보이는 넓게 펼쳐진 대나무 숲. 마치 진짜처럼 사실적인 대밭에 매료된다. 실제 대나무를 이용해 공들여 만든 무대가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제목으로 유추해 볼 때 이 대나무 밭에 불이 날 것 이라 예상이 되는데... 과연 예측이 맞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였다.</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056879.jpg"></td></tr></tbody></table></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143962.jpg"></td></tr></tbody></table><br></p><p> 극장의 불이 꺼지고 순도 100%의 한이 섞인 구슬픈 창이 들려온다. 역시나 한의 정서에 가장 걸맞은 음악장르는 창이 아닐까? 하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다. </p><p><br></p><p> 이 곡소리가 나는 곳은 소백산맥의 후미지고 고립된 마을. 이 마을만의 특징이라면 한국전쟁으로 남자라곤 노망난 노인 한 명 뿐인 과부마을이다. 이 과부들의 마음을 달래줄 남자들은 전쟁에 끌려가 죽거나,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인해 오해받아 죽거나, 아니면 행방불명 된지 오래다. </p><p><br></p><p>이 마을의 과부인 ‘점례’에게 빨치산에서 내려온 공비 ‘규복’이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를 숨겨주며 남몰래 도와준다. 이들의 사이는 점점 연인으로 발전하고, 우연히 이것을 알게 된 옆집 과부 ‘사월’도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다. 결국엔 정의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관계로 발전하는 이들. 그리고 이들이 사는 마을에 닥치는 여러 어려움들. 왠지 모르게 짠하고 이게 겨우 60여 년 전 일이라는 게 새삼 놀랍다. </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253631.jpg"></td></tr></tbody></table></p><p><br></p><p><strong><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382487.jpg"></td></tr></tbody></table></strong></p><p><strong><br></strong></p><p><strong>결코 끝나지 않은 이야기</strong><br>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이 세 사람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이들이 관계가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전쟁이 남겨준 것들이 어떤 비극으로  나타났고, 세 사람 뿐 아니라 전쟁을 겪은 마을사람들과 여기에 표현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p><p><br></p><p> 특히 사월은 규복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이 사실은 과부마을의 큰 화제가 된다. 남자가 없는 곳에 임신이라니... 사월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목이 찢어져라 외친다. 과부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인가 하며 외치는 그녀의 구슬픈 노래 소리에 함께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밖에도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겪는 고통역시 여전히 휴전상태인 우리에게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들이다.</p><p><br> 여기서 칭찬할 부분은 이들이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겉돌지 않고 관객들에게 충분히 표현이 되었고 이들이 선택한 창을 통해 적절하게 잘 어울러져 깊이가 한 층 깊어졌다는 것이다.</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511883.jpg"></td></tr></tbody></table></p><p><br></p><p><strong><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641878.jpg"></td></tr></tbody></table></strong></p><p><strong><br></strong></p><p><strong>잊혀지지 않는 가사들</strong></p><p><strong><br></strong></p><p> 빼앗기지 않은 것은 굶주림뿐/ 차라리 죽는 게 상팔자/ 칼날같은 겨울밤/ <br>어차피 살아도 개팔자/ 송곳같은 겨울 밤/ 불어터진 우리 눈/ 얼어터진 우리 몸</p><p><br></p><p> 동네 아낙들이 부르는 노래 속 가사들이다. 쉽사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간접적으로 전쟁을 체험한 내게도 이렇게 이 가사와 멜로디가 와 닿는데 전쟁을 겪은 어른들이 계시다면 오죽할까 싶을 정도로 구슬프기 짝이 없다. 이걸 창이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담았다면 뭔가 부족했을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창극을 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p><p><br></p><p><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101889776269.jpg"></td></tr></tbody></table></p><p><br></p><p> 이 작품은 우리들의 역사가 담긴 이야기이고, 오롯이 우리들의 소리로 만들어 졌을 뿐 아니라, 작품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훌륭한 결과물로 나왔으니 참 자랑할 만한 일이다. 허나 공연기간이 짧아 아쉬웠다. 그 많은 대나무를 철수하는 것만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작품들이 많이 창출되고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오래도록 관객들 곁을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다.</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