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리뷰] 비건 혹은 로푸드 같은 극단 술람미의 뮤지컬 '갈렙'

[리뷰] 비건 혹은 로푸드 같은 극단 술람미의 뮤지컬 '갈렙': 대하드라마 같은 묵직한 스토리 ... 결이 다른 감동으로 관객 매료; 2018.06.14 17:34 입력

[위드인뉴스 김도형] 뮤지컬컴퍼니 ‘술람미’의 스물다섯 번째 정기공연 <약속을 가진 사람 – 갈렙>이 막을 내렸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뮤지컬로 극화해 매년 공연을 올리고 있는 뮤지컬컴퍼니 술람미는 2018 공연에서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 여호수아와 그의 절친인 갈렙의 생애를 담았다. 갈렙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 가장 험하고 척박한 헤브론 산지를 정복하고자 여호수아에게 전쟁의 선봉으로 세워줄 것을 요청한다. 젊은 장수들은 갈렙이 땅에 환장한 것 아니냐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달라 여호수아께 강렬히 항의한다. 이 일의 결정을 내리기 전 여호수아는 갈렙의 삶을 찬찬히 돌아본다. 사실 범람하는 상업 뮤지컬 속에서 이런 정통 성극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낯설기도 하고, 어떤 이에겐 생경하다. 이들의 작품은 종교적 시비를 가리기 위해 은폐하거나 엄폐하지 않는다. 메시지는 직접적이고, 스토리는 묵직하다. 그건 <요셉 어메이징>의 대중성이나 <빈 방 있습니까>의 코끝 찡한 감동과는 결이 다르다. <table width="6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50"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5295816140099.jpg"></td></tr></tbody></table> 굳이 비유하자면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 같다. ‘맛’이 다르다. 자극적이지 않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담백함이 가득하다. 마치 비건이나 로푸드요리 같다. 때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만큼. 그래서 이런 작품이 반갑고, 우리 공연계에 필요하다. 술람미의 뮤지컬 <약속을 가진 사람 – 갈렙>은 여로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 여로는 여행길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갈렙의 여정, 갈렙이 거쳐 온 땅의 상징성은 작품의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모두 땅을 딛고 살아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땅에 선다는 것은 그 땅의 가치관을 딛고 살아간다는 뜻이 된다. 바로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 애굽은 물질적인 공간이다. 이 땅의 행복은 메추라기 두 마리가 결정한다. 그러나 삶의 가치가 정말로 메추라기 두 마리에 달려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극중 갈렙과 그의 가족들이 부르는 노래 ‘운수 좋은 날’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 이게 사는 거지. 그래 이게 사는 거야” 활기찬 가족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울림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메추라기 두 마리의 행복이 사막의 신기루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애굽을 떠나 도착한 땅 광야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한 공간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광야에 서있으면서도 애굽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광야는 가나안으로 향하는 여정이며, 가나안을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땅이다. 하지만 애굽을 향한 그리움에 눈이 멀어 전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은 광야에서 정처 없이 헤매고, 결국 사람들을 향해 하늘의 소리가 부르는 노래 ‘광야에서 죽지마오’는 후반부에 이르러 ‘광야의 장례식’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갈렙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달리 가나안 땅을 향해 나아간다. 갈렙은 자신들의 여정에 분명한 목적지가 제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가나안, 그 중에서도 가장 험한 헤브론 산지는 하나님의 약속이었다. 뮤지컬컴퍼니 술람미가 작품 속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여정 가운데 갈렙은 그 약속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살기로 선택한 것이다. 극중 갈렙의 여행길은 하나님의 땅을 딛고 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갈렙의 힘찬 <전진>은 오늘날 우리가 서야 할 땅이 어디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대학로의 직업배우들이 벌이는 상업적인 뮤지컬과는 어느 정도 짜임새와 구성에서 차이는 있어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신념으로 믿는 것을 뮤지컬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내년의 공연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