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기교파 투수 같은 ‘조정은’ VS 강속구 투수 같은 ‘정선아’

기교파 투수 같은 ‘조정은’ VS 강속구 투수 같은 ‘정선아’: 뮤지컬 <드라큘라> 두 히로인의 각양각색 연기 대결; 2014.08.13 19:28 입력

지난 7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라큘라>의 프레스콜 현장. 신춘수 프로듀서는 한국 초연인 이 작품의 개요를 설명하며, 여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된 조정은과 정선아 배우를 소개했다.   그는 조정은에 대해 “저와 오랫동안 작품을 함께 했는데, 참 욕심이 많은 배우”라며 “캐릭터 연구나 연기에 대한 진지함이 남다르다”고 칭찬했다. 정선아에 대해서는 “대단한 재능을 타고난 배우”라며 “여기에 깊이까지 더해져 앞으로 더 멋진 배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조정은과 정선아는 같은 캐릭터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며 “조정은의 연기가 맑고 투명한 ‘수채화’라면, 정선아의 연기는 풍부한 ‘유화’가 될 것”이라고 빗댔다. 
 
이렇듯, 뮤지컬 <드라큘라>는 조정은과 정선아라는 ‘믿고 보는’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여배우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이들이 맡은 ‘미나’는 ‘드라큘라 백작’이 400년의 시공을 거슬러 기다려 온 여인. 아름답고 건강하며 총명한 여인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드라큘라’와 마주하면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다. 
 

<TABLE id=news_image class=center width=680 align=center>
<TBODY>
<TR>
<TD><IMG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079252987285.jpg" width=680> 
<DIV id=news_caption>▲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조정은과 정선아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펼쳐내며 연기 대결을 펼친다.(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DIV></TD></TR></TBODY></TABLE>
 기교파 투수 같은 조정은 무대 위의 조정은은 마치 변화구를 주무기로 삼는 기교파 투수 같다. 그가 그려내는 ‘미나’는 맑고 투명한 순백의 백합을 연상시킨다. 사랑해선 안 되는 존재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 여인의 안타까운 갈등이 호소력 있게 객석까지 전달된다. 멈출 수 없는 감정에 혼자 남아 절규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마치 양 갈래 길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유약한 여인의 처절하고 잔인한 현실을 대면하는 듯하다.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짜증 유발 캐릭터’인 ‘미나’를 생명력 있는 인물로 빚어내는 건 오로지 그의 내공이다. 철저하게 자기감정을 제어한 그의 절제된 내면 연기는 ‘미나’를 답답하고 줏대 없는 여인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인으로 설득력 있게 빚어낸다.   
 
심장이 부서지는 듯한 ‘미나’의 흔들리는 감정은 조정은의 연기를 타고, 객석에 연민으로 전달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누굴까’라며 마음의 소리를 찾아가는 ‘미나’의 모습은 운명적인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 여인의 처절한 심정을 극대화해 반영한다. 조정은의 호연은 ‘미나’가 겪는 아픔과 너울처럼 넘나드는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개막 전 김준수와 정선아가 함께 부른 뮤직비디오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넘버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정선아보다 오히려 조정은의 목소리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 이후 흔들리는 ‘미나’의 마음을 표현한 이곡은 조정은 특유의 감미롭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지며 가슴 아픈 불멸의 러브스토리를 완성시킨다.
 강속구 투수 같은 정선아
반면, 정선아는 포수 미트에 돌직구를 꽂아 넣는 강속구 투수 스타일이다. 정선아의 ‘미나’는 한마디로 당차다. 극 초반 ‘드라큘라’의 성에서 불안함을 느끼며 런던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는 약혼자 ‘조나단’에게 “그저 독특한 사람일 뿐”이라며 넘버 ‘Whitby Bay’를 부르는 모습은 자립심이 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의 ‘미나’를 관객의 인상에 남기게 된다.  
 
전반부의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날을 세우는 다소 차갑고 이성적인 여인이라면, ‘드라큘라’의 사랑을 확인한 후반부의 ‘미나’는 창백하다. 사랑해선 안 되는 존재에게 감정이 송두리째 흔들리며 번민에 사로잡힌 여인의 아픔과 절규는 정선아의 눈물 젖은 목소리를 통해 오롯이 드러난다. 
 
정선아의 진가는 힘을 뺀 연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기분 나쁜 비극적 드라마를 애절하고 매혹적인 슬픔으로 덧입힐 수 있는 원숙한 연기력은 그녀의 최대 장점이다. 캐릭터의 심리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묘사하는 그의 연기는 이 고딕적이고 선 굵은 작품과 잘 어울린다. 
 
드라큘라에게 자꾸만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한 넘버 ‘Please Don’t Make Me Love You’는 정선아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반헬싱’ 교수 일당이 ‘드라큘라’를 해치려한다는 계획을 듣고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지만, 결국 이를 알리려 ‘드라큘라’를 초대하며 부르는 넘버 ‘If I had wings’ 역시 사랑의 완성을 위해 고뇌하는 ‘미나’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곡이다. 
 

<TABLE id=news_image class=center width=500 align=center>
<TBODY>
<TR>
<TD><IMG align=absMiddle src="http://withinnews.co.kr/PEG/14079254654124.jpg" width=500></TD></TR></TBODY></TABLE>
 파격적이고 격정적인 조정은 VS 마일드하고 연한 정선아 개막 초기, ‘19금’ 논란(?)을 야기했던 베드신에서도 두 배우는 서로 다른 색깔을 표출한다. 거부할 수 없는 ‘드라큘라’의 매력과 사랑에 결국 ‘미나’가 그를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청초하고 순진해 보이는 조정은은 파격적이고 격정적이다. <레미제라블>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등 이전의 작품에서 고혹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가 선보이는 농밀한 연기이기에 다소 ‘충격’에 가깝다. 너무 수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철저히 자기감정을 제어하다 모든 걸 잊고 본능에 맡기는 ‘미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더 현실감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반대로 정선아의 베드신은 마일드하다. ‘뮤지컬계의 비욘세’라 불릴 만큼 섹시한 그녀지만, 이 장면에서는 부끄러워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연하다. 그래서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아마도 그녀가 감정을 과잉 표출했더라면 정선아라는 개성 강한 배우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발산됐을지 몰라도, 작품의 본질은 흐려졌을 것이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좋은 배우와 공연하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제작자 입장뿐 아니라, 각각 <소서노(조정은)>와 <위키드(정선아)>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흔쾌히 <드라큘라>에 승선한 이 두 간판 여배우의 열연을 보는 것도 어쩌면 관객 입장에서 큰 행운일지 모른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오는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